한국축구계 세대교체의 화두를 던진다
오래전부터 가졌던 의문이 있다. 축구국가대표팀은 사령탑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항상 세대교체가 화두가 된다. 세대교체 없이 팀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축구계 전체에서 세대교체가 논의된 적은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같은 자타공인의 차세대 리더들도 벌써 40대 중반이다. 사회에서 가장 활기차게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할 나이들이다. 그러나 축구계에서 이들은 아직도 '애' 취급을 받는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그게 냉정한 현실이다. 지난 해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을 경질한 핵심세력은 현 대한축구협회 회장단이었다. 정관상에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에 대한 권한이 있는 기술위원회를 제쳐놓고 이들 원로그룹이 흐름을 좌우했다. 하지만 감독을 자르고 새 사령탑을 뽑는 과정에서 회장단은 효율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을 선임하기 전에 외국인 지도자 0순위 협상 대상자로 내정했던 사람이 넬로 빙가다 전 FC서울 감독이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빙가다는 2010년 서울 재임 당시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해 구단에서 이미 시즌 중반 경질을 전제로 후임자를 물색했던 인물이다.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대단히 다행스럽고 축구협회의 나이브한 판단력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서울 관계자는 "빙가다가 외국인 감독 0순위였다는 보도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축구계 전체가 동맥경화에 걸렸다는 방증이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1946년생이다. 이회택 부회장은 46년생,김재한 부회장은 47년생,노흥섭 부회장은 47년생,최태열 부회장은 45년생이다. 회장단 전체가 60대 중반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일괄적으로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게 아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회장단 전원이 60대 중반이라는 사실을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축구계의 인식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단체인 한나라당조차 정권 유지를 위한 명운을 걸고 20대 중반의 젊은이를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으로 모셔오는 세상이 아닌가. 축구협회의 인식은 한나라당보다 더 수구적이다. 이런 단체에 과연 생명력이 있고 미래가 있겠는가.

지난 해 연말 많은 젊은 지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축구계 전반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모두 동감했다. 하지만 세대교체의 주체세력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세대교체의 실체를 형성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지금 축구계의 여나 야를 가리지 않고 이런 고민은 마찬가지일 것같다. 한 40대 중반의 감독은 "내년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가 한국축구에 정말 중요한 전기가 될 것같다"고 전망했다. 세대교체는 다음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누가 그 화두를 주도할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위원석 체육1부차장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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