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0.02.15 11:24 / 수정: 2010.02.15 11:48
[설특선, 더빙] "성우, 그들이 사는 세상?"…4人의 설설토크 Only
Best 한마디 나도한마디

    [스포츠서울닷컴 | 김지혜·서보현기자] 대사는 들려도, 숨 소리는 들리지 않는 서울 상암동 KBS 미디어 센터 내 작은 스튜디오.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쉴 새 없이 영화 속 대사만 무한 반복이다.

    여기는 매해 명절, 브라운관을 장식하는 외화가 탄생하는 곳이다. 이번 2010년 설 특선 영화 중 기대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이하 '슬럼독')도 이 스튜디오에서 새 옷을 입었다.

    외화의 또 다른 주인공, 바로 성우다. 성우는 여느 배우들처럼 화면에 얼굴이 나오지는 않지만 목소리만으로 몸과 표정 연기를 대신한다. 그렇다고 목소리 배우로 한정짓기에는 그 역할과 자부심이 상당하다. 성우의 일은 성우만이 할 수 있다는 사명감 또한 대단하다.

    특선영화판 '슬럼독'의 주역 4인방을 만났다. 주인공 성인 '자말 말릭' 역의 남도형, 여주인공 '라티카'와 소년 자말 역의 이선, 퀴즈쇼 사회자 역의 신성호, 영화의 감초인 바보 경찰 역의 서문석이 그 주인공이다. 세대로 다르고 성별도 다른 이들이 말하는 성우의 세계를 공개한다.

    ◆ 성우, 인기 직업이 되다

    성우가 차세대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 활약하는 성우가 늘면서 성우 지원자는 수 천 명에서 수 만으로 크게 늘었다. 지금까지 성우협회에 등록된 성우는 700 여 명. 모두 방송사 공채를 통해 입사한 성우들이다. 그 외 다른 통로를 통해 들어온 사람은 일명 '언더 성우'로 불린다.

    "요즘 성우 경쟁률, 어마어마해요. 요즘 방송사 공채 평균 경쟁률이 여자는 300 대 1, 남자는 100 대 1 정도래요. 심할 때는 KBS가 600 대 1인 적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요즘 방송에서 성우 활약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또 그에 비해 성우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호기심도 큰 것 같고요." (남도형, KBS 32기, 5년차)

    "그래, 요즘 성우가 인기 직업이 된 것 같아. 지원자수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더라고. 데뷔 통로도 다양해졌다지? 지난해부터 애니원(前 대원미디어)에서 성우를 뽑기도 했고 성우 아카데미도 있다고 하니 말이야. 방송사 공채로 해서 소수정예로 활동한 우리 때와는 좀 많이 다른 풍경이지." (서문석, KBS 21기, 23년차)

    "안 그래도 요즘 아케데미 출신이 참 많이 늘었어. 그 수가 굉장하더라고. 팬카페는 물론 팬미팅도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아쉬운 점은 아직 질적인 성장은 안된 것 같다는 거야. 정규 코스로 실력을 쌓은 사람이 일을 못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 비교적 출연료가 싼 언더 성우(비공채 성우)한테 일이 다 몰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출신을 떠나서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어." (신성호, MBC 8기, 29년차)

    "그렇죠. 사실 성우가 목소리로만 연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성우도 기본적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 가장 중요한 건 연기력이죠. 연기력이 쌓인다면 저절로 얼굴과 몸의 움직임이 뒤따라오게 돼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 일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선, KBS 23기, 19년차)

    ◆ 성우, 일자리를 잃다

    1990년대. 성우들은 이 때를 '성우 르네상스'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특선 외화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고 성우들의 일자리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공중파에서 소비하는 외화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성우들이 설 자리를 많이 잃었다. 성우의 수는 늘어났지만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성우도 경쟁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요즘은 만화든 영화든 무조건 오디션을 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럴 기회도 많지가 않더라고요. 저도 지금까지 외화를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아요. 사실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도 처음이에요. 상대적으로 외화가 많이 줄어들어서 만화 영화 위주로 많이 했거든요." (남도형)

    "그 전만 하더라도 각 방송사 명절 프로그램에는 외화 비중이 컸어. 그런데 IMF가 오면서 성우도 힘들어졌지. 외화 수입이 줄어들자 타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밀린거야. 자연스럽게 심야 시간대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시청률은 반에 반 토막이 났어. 자연히 방송사에만 목숨 걸고 있던 사람들은 일이 줄어들 수 밖에 없지." (신성호)

    "맞아 맞아. 90년대만 해도 연휴 시즌이 오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많이 했죠.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연말 특선 영화가 생겨서 숨통이 조금 트였지만 아직 그 많은 성우들이 다 활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잖아? KBS 소속 성우만 350명인데 그 중에 일하는 사람이 200명이 채 안되니 말 다했지 뭐.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니까." (서문석)

    "공중파의 외화 방송이 큰 인기가 없는 것도 사실에요. 예전보다 시리즈물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그마저도 케이블에서 앞다퉈 방송을 하니 공중파의 외화를 보는 사람이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현상을 무조건 아쉽다고만 볼 수도 없죠. 외화 감소는 한국 영화가 발전했다는 의미도 있으니 범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좋은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선)

    ◆ 성우, 남들은 모르는 세계

    성우들의 세계는 흥미롭다. 온에어가 되면 무미건조한 스튜디오도 박진감넘치는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든다. 분위기 뿐만이 아니다. '생활의 달인'이 돼버린 성우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연기도 하고 녹음실의 제약도 피하기 위한 성우들의 비책(?)이다. 물론, 성우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다.

    "현실은 힘들지만 녹음실만 들어오면 그걸 다 잊잖아요. 워낙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니까요. 일례로 우리는 마이크 사정권 안에서 절대 벗어날 수가 없잖아요. 영화에 뛰는 장면이 나오더라도 실제로 뛸 수 없죠. 그렇다고 건성으로 연기를 할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성우라면 바닥에 발을 붙인 채 윗 몸만 뛰는 재주 하나 쯤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선)

    "맞아. 그런 것은 성우들만 갖고 있는 재주일거야. 그런 재주 뿐 아니라 성우마다 고정 캐릭터가 있는 것도 재미있지 않아? 나는 주윤발과 스티븐 시갈을 도맡아 했어. 싸움 잘하는 사람이 내 특기지. 문석이는 만화나 영화에서 코믹 캐릭터하면 빠지지 않았고, 선이는 안젤리나 졸리와 카메론 디아즈 같은 미녀스타를 도맡아 했지? 성우의 브랜드화라고 말하면 되려나?" (신성호)

    "한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지 알게되는 것도 참 재밌어. 만화가 특히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할 때는 나도 몰랐던 소리가 나오기도 하거든. 일단 기본적으로 한 사람 당 5개 이상의 목소리를 소화해야 하니까 말야. 나는 한 번에 10명을 소화한 적도 있다니까. 하하. 놀랍지 않아?" (서문석)

    "선배님들 말씀은 제게는 아직 먼 이야기같아요. 저는 상상도 못하겠어요. 시사(대사 연습)를 할 때도 그래요. 저는 '슬럼독'을 10번 정도 봤어요. 눈감고 영상이 떠올려질 때까지 봤죠. 그런데 선배님들은 1번만 봐도 영상과 대사가 다 떠오르신다면서요? 달인이 따로 없으세요." (남도형)

    ◆ 성우, 너는 내 운명

    일자리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성우는 만족도가 꽤 높은 직업이다. 영화든 만화든, 작품 하나하나를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 간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에 자신감과 애착이 있다는 것은 성우가 성우로 살 수 있는 힘이다.
    "개그계에는 '니들이 고생이 많다'가 유행이라지만 성우들만 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 적어도 요즘은 더빙할 때 다른데 신경 안써도 되잖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영어권 영화는 직역이 안돼서 얼마나 고생했거든. 그런데 요즘은 번역 작가의 수준도 높아졌고 어문계열의 성우가 많아서 현장에서 번역을 해. 영화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괜찮은 것 같아." (서문석)

    "연기 전공이 아니어도 무리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은 성우의 장점인 것 같아요. 저만 해도 문예창착과 출신이거든요. 처음에는 뜬금없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표현력면에서 상당부분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성우는 다른 직업에 비해 다양성이 있어요." (남도형)

    "그래. 또 요즘은 성우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기도 하잖아. '남녀탐구생활'의 서혜정처럼 말이야. 전에는 라디오, 더빙, 광고 아니면 성우의 자리가 많지 않았거든. 사실 나도 성우를 하면서 '피아노맨' 등 영화 3편에 출연한 적이 있어. 그 때 영화를 계속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성우일을 버릴 수 없더라고. 내 분신같은 캐릭터가 아른거려서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는거야. 하면 할수록 정이 많이 드는 직업같아." (신성호)

    "그렇죠.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성우, 참 매력있다니까요. 특히 저는 외화더빙을 할 때 그런 걸 더 많이 느껴요. 외화는 성우의 더빙을 통해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되잖아요. 자막으로 볼 때 놓치는 많은 장면을 빠짐없이 감상할 수 있죠. 배우의 디테일이나 감독의 의도같은 걸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잘 더빙된 한 편의 외화는 때로는 원작을 보는 것 이상의 감동이 있다고 봐요. 그걸 우리가 만드는거고요." (이선)

    <사진=송지원기자>

    <관련기사>

    ▶ [설특선, 더빙] "자막, 그 이상의 감동"…외화, 더빙의 매력 (종합)

    ▶ [설특선, 더빙] "입길이가 안맞아 NG"…명품더빙의 3요소는?

    ▶ [설특선, 더빙] "성우도 애드리브 한다?"…녹음실 뒷이야기

    <스포츠서울닷컴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sportsseoul.com>

    • [인기기사]
    - 특종과 이슈에 강하다! 1등 매체 [스포츠서울닷컴]
    - 걸어다니는 뉴스 [모바일 웹] [안드로이드] [아이폰]
    - 스포츠, 연예가 끝? 정치, 경제까지! [무료구독]
    - [단독/특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이전 다음
    맨위로 가기
    실시간 TOP 10
    • 이전
    • 다음
    더보기
    Sportsseoul AD
    실시간 인기댓글
    • 스포츠서울닷컴 페이스북
    • 스포츠서울닷컴 트위터
    • 스포츠서울닷컴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