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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27 08:02 / 수정: 2013.03.27 08:02
[피플&]버킷리스트가 없다는 조영남, 자유인의 봄날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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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3~4일 단독 콘서트를 앞둔 조영남은 5월 전시회 준비까지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정신 없을 것 같다는 건 기자의 기우. 공연 준비하고, 그림 그리고, 인터뷰하고, 점심약속까지 척척 해내면서도 그는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4월3~4일 단독 콘서트를 앞둔 조영남은 5월 전시회 준비까지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정신 없을 것 같다는 건 기자의 기우. 공연 준비하고, 그림 그리고, 인터뷰하고, 점심약속까지 척척 해내면서도 그는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버킷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의 목록)가 2008년 국내 개봉된 이후 버킷리스트 작성이 유행처럼 번졌다. 201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김선아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해나가며 멋진 남자까지 만나 여심을 흔들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버킷리스트'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선뜻 답을 못한다. 너무 할게 많아서인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여기 "하고 싶은걸 다 해봐서 버킷리스트가 없다"고 단언하는 이가 있다. 어떤 종류의 구속과도 멀어보이는 이 시대의 자유인, 조영남(68). 가수 데뷔 45주년을 맞아 4월 3~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 '불후의 명곡'을 열고, 5월에는 즐겨마시는 콜라를 소재 삼아 전시회를 준비중인 '화수'(畵手 화가+가수)조영남을 최근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만났다.

    성정은기자 moira@sportsseoul.com

    조영남이 한눈에 보이게 적어놓은 콘서트 기획안. 오른쪽 하단에 이날 인터뷰 도중 떠올린 아이디어를 곧장 적어놓았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조영남이 한눈에 보이게 적어놓은 콘서트 기획안. 오른쪽 하단에 이날 인터뷰 도중 떠올린 아이디어를 곧장 적어놓았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불후의 명곡', 이렇게 살 수도 있다는 '샘플'이 되고 싶은 공연

    -공연 준비 잘 되세요?

    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뭐 늘 하던 대로. 거기서 좀 더 신경 쓰고 잘 하는 거? (이러며 농담을 하는데 도무지 얄미운 구석이 없는게 그의 매력이다).

    -넓은 무대라 연출이 궁금합니다. 60인조 오케스트라에 20인조 합창단까지 볼만하겠는걸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데 노래로 자신이 없으니, 하하. 이번 공연에서 특히 두 장면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하나는 윤동주의 시에 내가 곡을 붙인 '서시'를 부를 때 공연장 안을 별이 반짝반짝 빛나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합창단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고 내가 '아리랑'을 협연하듯 노래할 때 내 그림 수십 점을 천장에 매달았다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 장관을 이루게 하고 싶은 거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지듯이. 구상 중이라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 (소파 위 '조영남 불후의 명곡 show' 기획서에 레퍼토리와 무대 연출안이 꼼꼼히 적혀 있는게 눈에 띄었다) 공연 기획을 직접 하시나 봅니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 다 짰어. 같이 MBC라디오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진행하는 최유라를 앉혀 놓고 프레젠테이션 하듯 기획안을 브리핑하곤 해. 이번에는 '라디오 시대' 작가인 정미선 작가 앞에서 브리핑을 했어. 전에는 (방송인)최윤희 앞에서 "나 이렇게 한다" 설명했는데 말도 없이 떠나는 바람에…

    -공연 타이틀이 '불후의 명곡'인데 각별히 아끼는 곡이 있나요?

    흐흐 이번에 스무 곡쯤 부르는데 다 명곡이지. 지난해 KBS2 '불후의 명곡'에 '전설'로 나갔는데 시청률이 잘 나왔대. 그때 사람들이 좋은 옛날 노래, '불후의 명곡'을 좋아한다는걸 알게 돼 주제를 잡게 됐어. 공연에서는 '인생','서시','화개장터','모란동백','쿠쿠루쿠쿠 팔로마','딜라일라' 등을 부를 거야.

    -노래방 '18번'이 궁금합니다.

    '나 하나의 사랑'. 공연에서 부를까 말까 고민중이야. (조영남이 살짝 읊조리는데 목소리와 노래 분위기가 잘 어울려 "와 멋지다, 부르세요"하고 추임새를 넣었더니 금세 기획서 아래에 한줄 적어둔다. '열린 귀'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세요?

    노령화사회잖아. 내 (공연)손님들도 4050세대가 제일 많을 거구. 나이든 관객들에게는 "뭔가 열심히 하면 저렇게 현역처럼, 젊은이처럼 살 수 있구나"라는걸 보여주고 싶고, 젊은 친구들한테는 "잘만하면 할아버지가 돼도 저 '형'처럼 쌩쌩하게 노래할 수 있구나 하는걸 보여주는 '샘플'이 되고 싶어.

    그림은 울긋불긋 화려한데 옷은 죄다 검정색이다. 왜 검정이세요?(기자) 검정? (고) 앙드레 김 하고 반대인 거야(조영남). 조영남과의 대화는 일단 웃고난 뒤 되새김질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그림은 울긋불긋 화려한데 옷은 죄다 검정색이다. "왜 검정이세요?"(기자) "검정? (고) 앙드레 김 하고 반대인 거야"(조영남). 조영남과의 대화는 일단 웃고난 뒤 되새김질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화수'(畵手) 조영남, 은퇴는 맥아더 스타일로

    -연예인들이 집 공개를 꺼리는 편인데 인터뷰를 집에서 하세요. 집이 좋아서 그런가.

    (연예인 집들 중)제일 좋은 집이라고 하던데 내가 생각해도 그렇긴 해.(한강이 한눈에 펼쳐지는 어마어마한 집에서 이런 농담을 듣는데 역시 배가 아프기는 커녕, 푸하하하 하고 시원한 웃음이 터졌다) 농담이고, 전시회 준비까지 하다보니 시간이 없어서.

    -그림 그리는 가수 라는 의미로 '화수'라 불리는데 스스로를 소개한다면요.

    글쎄, '노래를 불러먹고 사는 조영남입니다'? 노래와 그림이 사실 한통속인데 자칫하면 건방지게 보일까봐 겸손해지려고 해. 내 생애 가장 힘든게 겸손이지만, 하하.

    -낼 모레 공연인데 전시 준비까지 정신 없겠습니다.

    여러 가지를 하는게 일상이라 괜찮아. 어릴 때부터 예배당에서 노래 부르고 미술대회, 웅변대회도 나가고 습관 들이기 나름이야.

    -이번 전시회는 '콜라'가 주인공인가 봅니다.

    응, 내가 미국에서 신학대학 다니느라 유학할 때부터 콜라를 무지하게 좋아했어. 밥 먹을 때도 조금씩 마시면 기분이 좋고 밥맛도 돌아. 그리고 내가 팝아티스트잖아. 콜라는 서양문명의 대표상품이라는거 단박에 알잖아. '꽃'(화투)과도 잘 어울리고.

    -2010년 뇌경색 초기 증세로 팬들을 놀라게 했는데 그후 달라진 건 없나요?

    있지. 운동을 해, 정기적으로. 옛날에는 이 거실에서 내려다보며 자전거들을 왜 타나 그랬는데 하루를 재밌게 살려면 운동을 해야겠더라고. 요새는 친구나 딸하고 자전거도 타고 산책도 하고 그래. 운동하고 나면 다음날 움직이는게 편해. 참, 이제 술은 희한하게도 목구멍에서 넘어가질 않아.

    -어느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했던데요.

    응, 은퇴공연을 선언할까 하다가… 나는 패티김처럼 그렇게 은퇴하고 싶진 않아. 스타일이 달라. 맥아더 스타일로 서서히 사라지고 싶어. 돌연사가 아니고, 자연사하겠다 이거지. 아, 은퇴공연 말고 '은테공연'은 어때? 내가 얼굴을 제일 많이 가려주는 뿔테안경만 지금까지 써왔는데 은테공연으로 바꿔 쓰고 하는 거지. 가만, 이것도 적어둬야 겠다.

    이 풍경이 다 내거야. 저기 빌딩들 중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골라봐. 연예인들의 집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비싼 집으로 소개되는 서울 삼성동 빌라 자택 거실에 선 조영남. 이렇게 그림같은 전망을 자랑하는 집에 산다고 다 조영남처럼 즐기며 사는건 아니지 않을까.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이 풍경이 다 내거야. 저기 빌딩들 중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골라봐." 연예인들의 집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비싼 집으로 소개되는 서울 삼성동 빌라 자택 거실에 선 조영남. 이렇게 그림같은 전망을 자랑하는 집에 산다고 다 조영남처럼 즐기며 사는건 아니지 않을까.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죽음? 두렵지, 그래서 이렇게 맨날 죽는 얘기하며 푼다

    -유일한 버킷리스트 였던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에 대한 책도 썼겠다 뭐 더 해보고 싶은거 없으세요?

    어려서부터 이상의 시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떠들어왔지. 그럼 안 쓸 수가 없잖아. 그거 쓰느라고 3년 정도 걸렸어. 그런거 쓸 사람은 나밖에 없어. 시는 물론이고 미술에다 철학, 건축도 알아야 하니까.(이 대목에서 기자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분, 적분보다 더 난해한 이상의 시에 반해본 적이 없는 기자였지만 조영남의 '이상(李箱)은 이상(異常)이상(以上)이었다'는 그의 독창적이고도 자신감 넘치는 '구라' 덕에 깔깔거리기까지 하며 읽었더랬다). 암튼 이상 책은 썼으니 빼고, 남은건 스위스 제네바에 가서 손목시계를 실컷 구경하는 것 정도인데 그거야 비행기표 사서 가면 되니까. 왜 손목시계냐고? 손목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디자인하는 시계야말로 최고의 상업미술이잖아. 그리고 버킷리스트 없는거 부러워할 거 없어. 부러우려면 이혼도 두번 해보고, 책 써서(그는 '맞아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으로 호된 구설을 겪었다) 욕도 먹고 그런 다음에 부러워해.

    조영남의 작업실겸 거실에 놓인 그림. 이상의 대표 시 오감도를 캔버스에 옮겼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조영남의 작업실겸 거실에 놓인 그림. 이상의 대표 시 '오감도'를 캔버스에 옮겼다.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다시 결혼하고 싶은 생각 있으세요?

    결혼하고 싶은 생각?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없는 거지. 상대가 나타나면 할 수도 있어. 이상형 같은건 없지만 어딘가 막연히 있겠지.

    -조영남에게 여자친구란? (그는 최근 방송에서도 계란한판 보다 많은 수의 여친이 있다고 해 포털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삶의 반 이상! 나머지는 내가 하는 일들이고.

    -처음 쓴 유서도, 고쳐 쓴 유서도 화제였습니다.

    '내가 죽을 때 내 옆에 있는 여자한테 전재산의 2분의 1을 주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4분의 1'로 줄였어. 나머지는 애들한테 주는걸로.유서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은 장례식 하지 말라는 거야. 나 죽은거 먼저 발견한 사람이 담요에 싸서 화장해 영동대교에 뿌리라고 했는데 그건 법으로 금지돼 있다네. 그래서 '몰래'를 추가해야 해. 왜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 했냐고? 죽어서도 창피할 것 같아. 뭘 제대로 해놓은게 없어서. 내가 맨날 김민기, 이장희, 전유성보다 오래 살겠다고 농담하는데 나도 죽음이 두렵지만 이렇게 얘기하면서 푸는 거야.

    -그 분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나요?

    하하하. 걔들도 "형보다야 내가 더 오래 살지" 이래.

    -하고픈 걸 다 해봤다는 선생님과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현실과 꿈이 너무 다르다고 좌절합니다.

    지금 삶은 제쳐놓고 큰 꿈과 희망만 얘기하는건 잘못됐지. 행복만큼 불행이 있고, 기쁨만큼 슬픔이 있는게 인생이거든. 파랑새는 있다? 파랑새도 있고, 하얀새도 있고 그렇지. 행복에 매달리면 오히려 안찾아져요. 왜 여자가 남자를 찾을라 그러면 더 안찾아지잖아. 좋은 남자는 열심히 사느라 넋놓고 있을 때 찾아지거든. 나 혼자 잘 있는 표정을 지어야 멋진 남자들도 접근한다구.

    조영남은 "운도 따랐다"고 인정한다. 김연아의 말처럼 반쯤은 타고난 셈.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 별의별 '딴짓'을 다 하며 나머지 반을 열심히 채운 그는 '꿈'이야기만 하던 어느 유명 강사와 달리 인생의 빛과 그늘을 함께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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