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탐사보도-아이돌 팬덤③] '오빠 부대' 탄생 20년, 팬덤의 계급화 |
![]() |
| '인기가요'에 출연한 뒤 떠나는 가수를 배웅하고 있는 팬들./문병희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 | 김은정 인턴기자] 지난 1992년 가수 서태지를 따라다니며 탄생한 '오빠 부대'는 강산이 두 번 변한 20년의 세월 동안 대중문화와 함께 성장했다. 1세대 아이돌인 HOT와 젝스키스, god의 '빠순이'들은 색색의 풍선으로 팬클럽 문화를 이끌었다. 2012년, 인터넷에 스마트폰까지 등장한 기술의 발달은 '빠순이'들을 흩어지게 했고 그들은 행동유형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스타를 응원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팬심'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스포츠서울닷컴>이 아이돌 팬 문화를 분석했다.
![]() |
| 아이돌 그룹 팬들이 모여 가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응원하는 팬페이지./슈퍼주니어닷컴 캡처 |
◆'전통 팬심'…안방순이+공방순이
'안방순이'들은 방송이나 온라인을 통해 활동하는 팬을 뜻한다. 지방에 살아 스타들의 활동 반경과 멀거나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콘서트 표를 사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컴퓨터 앞에 앉아 팬카페나 팬페이지에서 정보를 공유한다. 직접 스타의 곁에 머물지 못하는 만큼 팬 페이지에서 활약하는 이른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들의 사진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안방순이'보다 활동성이 뛰어난 '공방순이'는 아이돌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면서 그저 '얼굴만 보면' 즐거워한다. SBS '인기가요', KBS2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음악방송이나 엠넷 '엠카운트다운', 각종 행사 등 스타들의 무대를 응원하고 이들의 출·퇴근길을 지키며 잠깐씩 인사를 나누는 데서 행복을 찾는다.
![]() |
| 출국하는 배우 장근석이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스포츠서울닷컴DB |
◆'숙소-공항' 정도는 '애교'
'공방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숙소와 공항 스케줄을 뛰게 된다. 여기서부터 사생팬(私生fan, 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팬)과 일반 팬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어떤 팬들은 이들을 공항과 숙소를 찾는 팬들도 사생의 일부라고 지적한다. 일부 극성 사생팬에 비하면 활동 내용은 얌전한 정도지만 소속사에서 공지하는 공식 스케줄이 아닌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알아낸 정보를 통해 활동하거나 사생택시를 이용해 스타의 안전을 위협하기 시작하면 거기부터 사생팬이 된다. 공식 스케줄이 있는 방송국부터 시작해서 미용실, 숙소, 연습실, 공항 등 스타의 노선을 쫓는다.
여기에는 '홈마'도 포함된다. 기자 못지않은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이용해 스타들의 사진을 찍는 이들은 드라마 제작발표회나 쇼케이스, 콘서트 기자간담회 등에도 남의 명함이나 1인 언론사 이름을 이용해 프레스인 척하고 잠입해 다른 팬들은 찍지 못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남들이 담지 못한 장면이나 양질의 사진을 찍으면 안방순이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몸값'이 올라간다. 운이 좋으면 스타들이 아는 체를 해주기도 하고 소속사에서 공식 행사에 초청하기도 한다.
![]() |
| 팬들이 아이돌 그룹의 사생활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거나 택시를 타고 있다./스포츠서울닷컴DB |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사생팬의 길로 들어선다. 사생팬 또는 사생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특히 아이돌을 팬 이상의 감정으로 뒤쫓는 열성 팬을 말하는 신조어다. 방송에 비치는 스타의 모습뿐만 아니라 사생활을 알고 싶다는 마음에 이들은 도를 넘는 열성을 보이기도 한다. 스타의 집에 몰래 들어가 흔적을 남기거나 대포폰을 만드는 만행을 벌인 사례는 아주 유명하다.
그러나 사생팬의 '애정'이 연예인에게는 '피해'로 인식된다. 지난해 JYJ 멤버 김재중은 "7년 동안 밥 먹을 때, 휴식을 취할 때, 집을 들어갈 때마저 죄인처럼 눈치를 보고 숨어다녀야 하는 게 정상적인 생활인가?"라는 글을 남기며 고통을 호소했고 배우 장근석도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택시에 안테나 달아서 빈 차로 쫓아가게 해서 GPS 송신. 수법도 다양하구나! 거듭 얘기하지만 사생 따위 필요 없으니까 꺼져"라며 분노했다.
![]() |
| 스타의 숙소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팬들./스포츠서울닷컴DB |
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생 때문에 고통받는 한 스타의 팬은 <스포츠서울닷컴>과 인터뷰에서 "말 그대로 스타의 사생활도 지켜주지 않으면서 그걸 어떻게 팬이라고 할 수 있나. 팬들 사이에서 사생은 팬이 아니라 안티로 통한다"며 "고통받는 연예인들이 사생에 대해 한 마디라도 나쁘게 말하면 자기 팬을 욕한다고 오히려 손가락질을 당한다. 정말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ejkim@medi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닷컴 연예팀 ssent@med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