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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나라' 오이타 여행


지난해 벽에 걸 때는 꽤 두꺼웠던 달력이었지만 이제 달랑 한 장 남았다. 캐럴이 낯설지 않고. 삭풍은 따뜻하다는 ‘히트텍’도 파고 든다. 간사한 인간은 따뜻한 남쪽나라 여행을 그리기 마련이다. 겨울 피서(?)를 즐기러 떠나는 열대의 섬도 좋지만. 비행기 한시간 거리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 규슈(九州) 온천여행은 편안한 가운데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특히 한국과 가까운 오이타(大分)현에는 일본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온천관광지 조사에서 늘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유후인(由布院)과 옛 성도의 정취가 오롯이 남아있어 ‘작은 교토’라 불리는 기스키(杵策)시. 100년전부터 미국에서 관광객을 유치했을 정도로 이름난 온천관광지 벳부(別府) 등이 있어 눈과 몸이 함께 즐거운 곳이다.

◇우린 ‘유후인’이라 쓰고 ‘낭만’이라 읽는다.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로부터 기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유후인은 연간 400만명이 찾는 관광지다. 마을 중앙에 떠억 박힌 긴린코(金鱗湖)와 높다란 유후다케(由布丘·1584m)산 등 자연적인 요소도 아름답지만. 30~40년대를 연상시키는 거리가 앙증맞고 여기에 샤갈미술관. 골동(앤티크) 자동차 박물관. 이웃집의 토토로 숍 등 문화적인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다.

유후인은 입구부터 마치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카다역에서 전용 열차 ‘유후인노모리’호를 타고 가는데 이 열차 또한 관광상품으로 손색없다. 마룻바닥에 목재 의자가 달린 클래식한 객차가 1.5층 정도로 높고 대형 유리창이 나 있어 전망이 좋다. 마치 만화영화 속에 등장하는 열차를 연상시킨다. 역시 나중에 알고보니 미야자키 하야오는 유후인을 모티브로 많은 만화영화들을 만들어다고 한다.

출발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유후인 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한지 4시간도 안걸린 셈이다. 역 내부는 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역시 유후인의명성 그대로다. 아직 가을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다. 역 앞으로부터 약 1㎞ 쯤 상가가 이어지는데 애완동물 테마숍. 애니메이션 숍. 각종 공예숍 등 저마다 테마를 가지고 있다. 간식거리도 많은데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바로 단고지루(餠汁)라 불리는 떡국과 ‘일본제일금상고로케’라는 크로켓 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후인의 매력은 일단 편안하다는 것이다. 마을 어디서나 유후다케산이 보이도록 건물 높이를 제한(11m 이상 금지)한 덕에 푸근한 고향같은 이미지를 준다. 대부분 작은 유후인의 전통료칸들도 하나같이 아늑하다. 이른 아침 긴린코의 물안개까지 더하면 몽환적인 동화 속 마을이 된다.

◇작은 교토에서 타보는 타임머신

유후인에서 1시간만 가면 닿는 기스키(杵策)시는 작은 교토(小京都)라 불리는 곳으로. 에도 시대의 건축물과 마을 분위기가 오롯이 남아있는 곳이다. 도시의 생긴 모양이 흡사 샌드위치같다고 해서 일명 ‘샌드위치 마을’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기스키 마을은 특이한 형상 때문에 관광객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도시의 형상을 보면 가운데 낮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길게 누운 두 개의 북대(北台)와 남대(南台) 언덕이 바다까지 뻗어있다.

바다 앞에서 잘리워진 언덕에는 일본에서 가장 작은 기스키 성(城)이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제법 성의 위용을 갖추고 해안가 절벽위에 우뚝 선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이 마을에서 가장 멋진 곳은 북대와 남대를 가로로 계단길. 양쪽에 높은 언덕이 있어 롤러코스터 레일처럼 길게 이어진 계단이 특이하고 고풍스럽다. 길 양옆으로는 무사들이 살던 커다란 가옥들이 있고. 가운데 낮은 길은 상인들이 살던 길이라 지금도 된장가게와 오랜 찻집이 지키고 있다. 이 마을의 독특한 마케팅도 재미난다. 고풍스러운 고가옥들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아 다소 심심하고 밋밋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복(和服·일본 전통옷) 마케팅을 펼친다. 누구나 기모노(着物)를 입으면 역사박물관. 무사 가옥 등 유료 관람시설을 무료로 입장시켜준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은 저마다 2000엔(약 3만원)을 내고 기모노를 빌려입고 거리를 거니는데. 이 모습 또한 마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된다.

◇벳부. 일본 온천의 수도

이미 100여년전(1912년)부터 벳부는 유명한 온천 관광지였다. 최초로 온천마크(♨)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곳이기도 하다. 2800여개의 온천공에서 섭씨 100도 가까운 온천수가 펑펑 쏟아지는 벳부 시내는 온 도시에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가 기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길에서도 모락모락 김이 나고 아스팔트 바닥도 뜨겁다. 벳부에서 즐길 수 있는 온천은 종류도 많다. 무료로 운영하는 족탕과 증기족탕. 검은 모래에 몸을 파묻고 찜질을 하는 스나유(沙湯)가 있는가 하면. 100도 이상으로 펄펄 끓는 온천 수증기를 이용한 ‘찜요리’도 맛볼 수 있다. 가마유(釜湯)라 불리는 셀프 찜시설은 벳부 시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해물. 만두. 계란. 야채 등 식재료를 사오면 온천수증기가 솟아오르는 가마에 넣고 쪄먹을 수 있다. 실제 체험해보니 20분도 되지 않아 벌써 다 익어버린다. 게다가 염수(鹽水)라 짭조롬하니 간이 적당히 배어든다. 당연히 온센료칸(溫泉旅館)도 많다. ‘벳부8탕’이라는 8개 온천지구와 지고쿠메라이(地獄巡禮)라고 불리는 온천 체험 투어코스도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스기노이 호텔. 호텔 끝에서 대욕장까지 무려 1㎞에 이르는 일본 최대 온천호텔로 초대형 대욕장과 옥상 온천수영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낡은 시설을 모두 리뉴얼하고 지금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국인 직원도 근무하고 한국 음식이 세팅된 뷔페도 있어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눈도 몸도 즐거워지는 오이타 여행. 한겨울이 깊어갈 수록 더욱 돋보이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오이타(일본)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 오이타 여행정보
●온천=벳부 지고쿠메라이는 물빛이 하늘색인 우미(海). 돌 사이로 수증기를 내뿜는 야마(山). 붉은 물빛의 지노이케(血の池). 진흙탕에서 공기방울이 터지는 오니시보즈(鬼石坊主) 등이 있다. 300여개가 넘는 객실의 가메노이(龜の井) 호텔은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 료칸이 아닌 호텔 형식이다. 모래찜질은 해변 거리에 위치한 가이힌스나유에서 즐길 수 있다.

유후인에는 산소 무라타(山莊 無量塔). 타마노유(玉の湯) 등 유명한 료칸이 많다. 이중 역과 가까운 가메노이베소(龜の井別莊)는 딸과 함께 운영하는 오카미상(여주인)의 친절한 미소가 인상적인 곳. 코스로 차려나오는 가이세키 요리도 하나하나 상에서 젓가락이 춤출 정도로 맛있다.

●체크포인트=기스키 시내 상인거리의 도야마는 오랜 찻집. 직접 거품을 낸 말차와 다과가 맛있다. 기스키의 호텔 레스토랑 와카에야의 유명한 음식은 도미살을 얹은 밥에 차를 부어먹는 다이차즈케다. 꼬들꼬들한 도밋살이 향긋한 차밥과 어울려 고소한 맛을 낸다. 오이타의 명물은 복어요리로 유명한 가게가 7~8곳 몰려있다. 복어회. 복어튀김. 복어다타키(겉만 익힌 회) 등 코스로 제공된다.

●문의=오이타현을 돌아보는 온천 여행상품은 세계KRT여행사에서 판매중이다.(02)2124-5556. 미래재팬(02)734-4777.

●참고=일본국제관광진흥회(www.jnto.go.jp) 서울사무소(02)732-7525. 오이타 현청(www.pref.oita.jp) 오이타 관광협회(www.we-love-oita.o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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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14 11:13 입력 : 2011.12.14 1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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