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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29 08:30 / 수정: 2011.06.29 13:29
신안 섬으로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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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에는 섬씽(something)이 있다!’

    늘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탓일까?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은 이상하게도 ‘불편하다’는 것이 매력이다. 드넓은 육지와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섬이 여행자에게 안겨주는 감성의 ‘환급’이다. 외로움은 섬이 넓다고 해서 덜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건 섬문화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반도보다 큰 일본과 영국에도 섬 특유의 정서가 녹아있다. 설사 섬이 호주만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약 1004개(측량에 따라 몇 개씩 늘었다 줄었다 한다)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은 섬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곳이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호젓함과 자유로움으로 바꿔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한국형 ‘호핑투어’를 즐길 것을 권한다. 섬이 많은 필리핀의 휴양지에서 즐기는 태평양 호핑투어가 보트를 타고 이 섬 저 섬을 다니며 스노클링. 수영. 낚시 등을 즐기는 것이라면. 다도해 신안에서 즐기는 한국형 호핑투어는 갯벌에서 조개를 캐거나 깔따구(새끼 농어)를 잡고 식도락과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여름. 섬으로 떠나는 여행

    도시민 가족이 흩뿌려진 보리됫박같은 신안 섬에 여행을 다녀오면 뿌듯해 한다. 이제 섬 여행까지 다녀왔으니 스스로 여행의 ‘준(準)프로’쯤 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배편도 자주 있고 다리도 놓였다지만 마음처럼 걸음이 잘 내디뎌지지 않는 곳이 아마 섬의 첫인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섬 중 특별히 추천할만한 코스는 안좌도~팔금도~암태도~자은도 등 4개 섬이다. 안좌도와 팔금도. 자은도. 암태도는 별자리처럼 3개의 다리(중앙대교·은암대교·신안제1교)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차량을 싣고 가면 두루 둘러볼 수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오가며 배는 단 1번만 타면 된다. 4개의 섬이 한 획에 그려진다. 다리가 놓아졌다해서 당장 섬이 육지가 되는 것은 아니니 섬 여행의 이미지가 훼손될 염려는 없다. 거제대교와 남해대교가 놓인지 꽤 오래 지났지만. 아직도 거제도와 남해도는 섬(육계도)으로 간주되고 있다. 신안 섬의 관문격인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페리를 타면 안좌도까지 1시간20분이 걸린다.

    ◇섬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

    이 4개의 섬을 연결하는 길은 805번 지방도다. 이중 가장 큰 자은도는 드넓은 백사장(둔장 해변 등 10여개)이 많아 해수욕을 즐기기 딱이고. 음샘 아래 양바위가 세워진 안좌도는 한국 근대미술사에 빛나는 현대화가 수화 김환기(1913~1974)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신안하면 싱싱한 해산물을 떠올리기에. 농업이 주업이란 말이 어색한 암태도는 1932년 지주들의 높은 소작료 징수에 견디다 못한 소작인들의 쟁의가 처음으로 일어난 곳이다. 이는 바다 건너 서해안 섬들을 비롯. 소작 항쟁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작은 불씨가 되었다.

    곳곳에서 바다를 볼 수 있고. 운때가 좋으면 반짝반짝 유기에 비춘 것 같은 붉은 바닷속으로 해가 꺼져드는 광경도 감상할 수 있다. 바다에 그림같은 비치체어나 슬라이드 시설은 없지만. 대신 독살(석방렴)과 백합조개 잡기 등 다른 곳에서 좀처럼 하기 힘든 체험꺼리를 즐겨볼 수 있다.

    자은도 한운리 둔장마을 앞 바다에 자리한 약 10만㎡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의 독살은 원시어업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돌을 쌓아 물을 가두고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시설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섬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

    섬에서 만난 문화해설사는 자신있게 말했다. 푸른 동해안은 한편의 시가 떠오르고. 영롱한 남해안에선 에세이가 생각난다고. 하지만 서해안은 소설. 그중에서도 신안의 섬은 탁한 갯벌 속에서 꼬물대며 살아온 사람들의 거친 삶을 그려낸 대하소설이 연상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신안에는 섬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평생을 싸워온 바다와 갯벌이 있었다. 이야기를 주워담다 보니 탁한 갯벌이 남양의 옥색 바다보다도 아름답다. 예쁜 껍데기를 남기고 사라진 조가비처럼 사람 냄새가 물씬 배어있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거친 모래땅을 개간해 다랑이 밭과 논으로 일구고. 돌을 주워다 노두를 놓아 바다를 땅처럼 건너다닌 사람들. 사정없는 갯바람 속에 그들이 흘린 진한 땀과 피의 뜨거운 체온이 섞여있다.

    이 섬에는 섬사람의 역사가 오롯이 남았다. 척박한 땅을 개간하려다 보니 일부 훼손되기도 했지만. 육지보다는 환란이 적었던 까닭에 삶의 흔적들이 박물관처럼 잘 보존되어 있다.

    신안 섬문화의 독특한 유산으로는 우실과 노두를 들 수 있다. 우실은 마을의 액을 막기위해 돌이나 나무로 조성한 ‘액막이’격인데. 농사를 망치는 거센 짠 바람도 막아주기 때문에 섬의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암태도에는 송곡우실과 익금우실이 보존되어 있다. 노두는 글자 그대로 섬을 건너다니기 위해 갯벌에 쌓아놓은 돌무더기를 말한다. 섬에선 옛날 새색시를 태운 꽃가마도 조심조심 이 노둣길를 건너 왔고 한다. 암태도 추포해변의 갯벌을 가로질러 놓인 노둣길(수곡리~추포리)의 돌맹이 하나 마다 섬을 오가던 옛사람들의 발자국 체온이 희미하게 남은 듯. 씽씽 달릴 수 있는 웅장한 콘크리트 대교보다도 정겹다. 갯벌로 향한 노둣길은 밀려든 물 속으로 끊어진다. 반대로 보니 오히려 저 멀리서부터 섬으로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는 듯 반갑다.

    신안 | 글·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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