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독인터뷰] 부활을 노리는 아시아 대포 이승엽 |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김태균(28·지바롯데)과 임창용(34·야쿠르트)이 맹활약한 것을 본 후 문득 '이 자리에 이승엽(34·요미우리)도 함께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미우리의 4번타자 자리를 꿰찬 알렉스 라미레스(36)가 많은 팬들의 환영 속에서 경기에 출장한 모습을 본 터라, 더 씁쓸했다. 생각난 김에 그를 만나보기로 하고 26일 그를 찾았다. 지난 6월 21일 2군에 내려간 그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했다.
◇고개 숙인 아시아 대포
도쿄 게이오 요미우리랜드 내에 위치한 자이언츠 구장에서 만난 이승엽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성적부진으로 2군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 대해 스스로 정리한 것이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애를 썼지만, 현 상황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느끼는 눈치였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 독이 잔뜩 올라있지만, 지난 겨울처럼 드러내지 않고 철저히 감추는 모습이었다. 한때 열도를 들썩이게 했던 국민타자가 고개를 숙였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처한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택의 기로
타율 0.173 5홈런 11타점. 지난 6월 21일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받아든 이승엽의 성적표다. 시즌 시작 직전 "최대한 즐기면서 하겠다. 할 것 다 해보고, 후회없이 시즌을 보낸 후 야구를 계속할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결과는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을 정도다. 자연히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고, 현지 취재진도 그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계약 마지막 해라 벼랑끝에 몰려 있지만, 그가 스스로 난관을 타개할 방법은 없다. 이승엽은 "마냥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경쟁을 할 기회조차 빼앗긴 상황이지만,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 표정 속에 올 시즌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이 배어있었다.
◇연구 또 연구 관건은 포크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훈련을 마친 이승엽은 방망이와 물 한통을 들고 곧장 실내 훈련장으로 향했다. 코치들도 육성군이나 일본인 2군 유망주 지도에만 신경쓸 뿐, 이승엽의 훈련에 동참하지 않았다. 1군 스타출신인 그에게 2군에서 딱히 가르칠 게 없는 모양이었다. 스스로 알아서 해법을 찾으라는 분위기. 투수출신인 통역 정창용(32)씨와 함께 실내 훈련장에 들어선 이승엽은 피칭머신을 이용 1시간 가까이 개인 타격훈련을 했다. 정씨는 "거의 매일 한다"고 귀띔. 훈련 내용은 딱 한가지였다. 포크볼을 공략할 수 있는 스윙궤적을 만드는 것. 준비동작이 간결해졌고, 밀어치는 훈련에 치중했다. 포크볼은 직구와 똑같이 오다 떨어진다. 포크볼을 노리고 있으면 직구를 강하게 칠 수 없는데, 밀어치는 능력을 갖춘다면 타이밍이 조금 늦어도 직구 공략이 가능하다. 그는 "1군 선수들의 포크볼을 자꾸 보면서 익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피칭머신을 상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 하나 하나에 집중했고, 간간이 탄성을 섞었다. 마음대로 안되는 표정이 역력했다.

◇화려한 날갯짓 볼 수 있을까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흘렀다. 하지만 땀 닦는 시간조차 아까워 공 하나에 더 집중했다. 정씨에게 "5분만 던져달라"더니 "2분, 10개, 5개, 2개"식으로 조금씩 더 훈련시간을 연장시켰다. 타격훈련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오후 12시 30분 경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2시간 가량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보강훈련까지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금 2군에 있지만, 한번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는다.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내 야구에만 집중해, 기회가 오면, 성적이 나든 못나든 후회없이 해 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에 남든 못남든, 은퇴를 하든 이적을 하든 복귀를 하든, 스스로 만족할만한 답을 얻기 전까지는 결정을 미루겠다는 의지도 변함없었다. '독기'를 품고 있는 국민타자의 화려한 부활을 한번은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군에 있으면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다"는 말을 남긴 이승엽의 마지막 시즌,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했다.
도쿄(일본) | 장강훈기자 zzang@
<이승엽 훈련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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